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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독주는 반드시 토해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몰매를 맞고 여당은 참패를 당했으며 야당은 회초리를 맞았고 국민은 대승을 거두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 대통령 주변의 강경론자와 여당은 하늘이 도와 북풍이 불었다고 믿은 듯하다.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뒤에 4대강 사업을 바짝 조이고 가을쯤엔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켜 그 여세로 개헌까지 모색한 것 같다. 이른바 한명숙 재판을 시작으로 공안정국을 만들려했다는 예감이 든 건 나만의 걱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5월 19일에 `G20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경호안전과 테러방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가을까지 집회와 시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대규모 한ㆍ미 연합 합동군사훈련으로 뒷심을 과시해 보수 대집결을 꾀하려 한 것 같다. 

오만과 독주는 독배를 마시는 것과 같다. 삼키면 위독해진다. 반드시 토해내야 한다. 

세종시와 4대강은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고, 천안함 사건도 야당의 요구대로 국정조사를 통해 더욱 떳떳해져야 하며 즉각 전면 개각을 단행해 국민의 심기를 편안하게 해야 한다. 무슨 미련이 있어 아직까지 머뭇거리는지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다. 

평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물론 아들 둔 부모들을 전쟁불사의 강경책으로 불안하게 한 죗값을 어찌 따져 묻지 않을 수 있을까.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려는 오만함과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방자함, 진보세력과 건강한 시민세력ㆍ비판세력을 도태시키려는 거만함, 남북 평화공존보다는 보수단결로 재집권을 모색하는 편향적 행태에 어찌 백성들이 매를 들지 않았으랴.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등이 공동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와 범야권의 승리 원인이 야당이 잘해서라는 이유가 겨우 2.4%뿐이고 정부와 여당이 잘못해서라는 이유가 무려 79.2%나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내려치는 회초리를 마음에 새기고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다음엔 폐기처분한다는 경고임을 알아야 한다. 야당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참신하고 바른 생각을 가진 신진 정치세력을 규합해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5월 20일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진상을 발표하자 우리 금융시장에서 3조원이 증발했고 5월 24일 대통령의 특별담화와 통일, 외교, 국방 3부 장관의 대북조치 발표 뒤에는 금융시장에서 무려 29조원이나 증발했다. 이는 정부가 국민에게 전쟁의 공포감을 안겨준 것과 다름없다는 방증이었다. 총성만 들리지 않았지 한반도는 사실상 전쟁상태에 돌입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천안함 사건을 통해 미국은 어떤 이익을 챙겼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일본 후텐마 미군기지를 지켜내는 대어를 낚아 올렸고, 미ㆍ일 주도의 미사일 방어계획을 무난히 수립할 수 있게 됐으며 장차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쇠고기 전면 개방과 자동차 재협상은 물론이요, 미국의 골칫거리인 아프간에 한국군 추가 파병까지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사자인 한국은 손실을 감수하고 주변국들은 이익을 나누어 갖는 이 비극적 결말에 대해 우리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시급히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4대강에 생존하는 온갖 생물이 사람이 아니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존엄한 생명이 파괴당하듯 북한 동포들도 북한에 산다는 이유 때문에 굶주리고 죽어간다. 

우리는 시대적 아픔을 해소하려는 큰 가슴을 가져야 하며 당면한 문제를 남북통일의 평화적 모색점으로 삼아야 한다. 당장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면 민간단체가 나서서 북한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게 하는 건 결국 대승적 출구전략이다. 그래서 남북 정상회담의 물꼬도 트고 민족문제가 더 이상 이 땅의 비극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김홍신 소설가ㆍ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