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자의 건강법, Hygiene de L'assassin>
아멜리 노통저/김민정 역
문학세계사
2004년 6월
259면
아멜리 노통인지 노통브인지(Amelie Nothomb)..
두 세권쯤의 소설을 읽은것 같은데..
<적의 화장법> , <오후 네시>, 그리고 이번에 읽은 <살인자의 건강법>.
그래도 나름 가장 읽기 편했던..? 편했다기 보단 그런데로 이해가 되었던 작품은
<적의 화장법>이었다.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은..'"이거..한 두세번 읽어야 좀 감이 오겠군.."하는 거다.
이런 어려운 책이 베스트셀러라니 프랑스는 참으로 신기한 나라다.
주인공인 타슈박사와 기자들사이의 대화를 읽다보면빠져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문학적으로 너무 깊이있는 인용들이 자주 등장하고 친절한 각주를 읽다 보면 맥이 끊기는건 흔히 있는 일이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고서야 알기 힘든 작가들의 사상이나 그 사상을 담은 작품들이 소설속에서 인용될때는 짧은 각주들만으론 나같은 평민은 이해하기 참으로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멜리 노통의 작품에 자꾸 눈길이 가는건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알수 없는 마력같은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읽었던 세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라면 소설의 많은 부분이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촌철살인적인 대화감각이 돋보인다.
특히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주인공 타슈 선생과 여기자 니나의 대화는 촌철살인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타슈 선생이 레오폴딘을 죽이는 장면을 묘사할때는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고 하면..내가 이상한건가? 흐흐
1992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선 2004년에 출판되었다.
작가가 25살때 발표한출세작이기도하고 가장 베스트 셀러가 된 작품이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영화화 되기도 했다는데...
영화화하면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대화들을 읽다보면 아마 누구든지 그런생각을 하겠지만..
역자가 김민정씨인데 예전에 카를린 봉그랑의 <밑줄긋는 남자>의 역자였던 이세욱씨처럼 번역에 정감있는 우리말을 많이 사용한다.
많이 있었는데 제때 제때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넘어간것도 있고 자주 나오는 몇 단어만 네이버에서 찾아봤다.
흰―소리[힌―][명사][하다형 자동사] 터무니없이 자랑하거나 희떱게 지껄임, 또는 그 말.
¶흰소리를 치다.
깜냥[명사] 일을 가늠 보아 해낼 만한 능력. [자기 능력을 스스로 겸손하게 이르거나, 아랫사람의 능력을 깔보아 이를 때 씀.]
¶저의 깜냥대로 하기는 했습니다마는…./네 깜냥으로 그걸 어찌 하겠다는 거냐?
애면―글면[부사][하다형 자동사]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온 힘을 다하는 모양.
¶혼잣손으로 많은 식구의 바라지에 애면글면 애쓰다.
지청구[명사]
1.☞꾸지람.
2.[하다형 타동사]아무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함.
톺아―보다[타동사]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
그리고 네이버는 나오지 않고 리뷰를 읽다가 알게된 단어
께느른한 : 일에 마음이 내키지 않고 몸이 느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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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가르쳐주고 싶었던 건 말이오, 레오폴딘을 목조르면서 내가 그애를 진정한 죽음으로부터, 즉 망각으로부터 구해주었다는 거요. 당신은 나를 살인자로 생각하지만 난 아무도 죽인 적 없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인간들 중 하나라오.
당신 주변을, 그리고 당신 자신을 바라보시오. 이 세상은 살인자들로 득실대고 있소.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놓고 그 사람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사람들 말이오. 누군가를 잊어버린다는 것,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소? 망각은 대양이라오. 그 위엔 배가 한 척 떠다니는데, 그게 바로 기억이란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기억의 배는 초라한 돛단배에 지나지 않는다오. 조금만 잘못해도 금세 물이 스며드는 그런 돛단배 말이오. 그 배의 선장은 양심 없는 자로, 생각하는 거라곤 어떻게 하면 항해 비용을 절감할가 하는 것뿐이오. 그게 무슨 말이지 아시오? 날마다 승무원들 중 쓸모 없다고 판단되는 인들을 골라내어 처단하는 거요. 어떤 이들이 쓸모 없다고 판단되는지아시오? 잡놈이나 게으름뱅이나 바보천치일 것 같소? 천만에. 바다로 내던져지는 이들은 선장에게 이미 봉사한 적이 있는 이들이라오...... 한 번 써먹었으니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거지. 단물 다 빨린것들에게 더 이상 뭘 바랄 수 있겠어? 자, 사정없이 쓸어내버리자고, 여엉차! 그들이 난간 위로 내던져지고, 바다는 무자비하게 그들을 삼켜버린다오. 그렇소, 기자양반, 그런식으로 날마다 수없이 많은 살인이 저질러 지고 있다오. 처벌도 받지 않는 살인이지 난 단 한 번도 그런 무시무시한 살인행위를 모으한 적이 없소. 그런데 그렇게 결백한 나를,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정의라 부르는 것으로 단죄하려 하는구려. 그런 걸 달리 말해 고소라고 한다오.
본문 p230~231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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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소설의 첫 부분에서 타슈 선생의 외모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딱 떠오르는 분이 있었다.
이 주인공 타슈 프레텍스타 선생역으로 정말이지잘 어울릴것 같은 사람.
그건 바로 이 분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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