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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통 못하는 인물’ 1위로 꼽힌 이 대통령(2009년7월7일 경향신문 인터넷판 사설)


경향신문이 진보·중도·보수 지식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소통(疏通)을 가장 못하는 인물로 이명박 대통령이 꼽혔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가장 소통을 못하는가’란 질문에 응답한 88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43명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했다.

응답자들은 우선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소통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소통을 하려면 남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기 말만 하는 일방통행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서울 이문동 재래시장을 찾았다가 한 상인이 대형마트 분점 때문에 동네 구멍가게가 다 죽는다고 하소연하자 “구태의연한 상술로는 장사를 할 수가 없다. 인터넷 직판장을 만들라”고 말했다. 영세상인에게 그런 답변은 딴청, 동문서답일 뿐이었다. 소수 특권층만을 소통 대상으로 삼는 편향성도 문제를 심화시켰다. 처음부터 친기업을 표방한 반면 사회적 약자, 특히 정부정책 반대 그룹과는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정책 편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근본적으로 그의 불통적 사고구조에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관, 종교관이 짙게 투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점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과 악의 싸움으로 규정한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비견할 만하다. 북한과의 소통 문제에 관심을 끊어버린 듯한 모습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부시를 연상케 한다.

소통능력 부재 순위 조사에서 대통령이 1위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것도 2위와 큰 격차였다. 그것은 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국정 전반에 걸친 소통부재를 의미할 수 있다. 생각건대 이 대통령이 ‘불통 1위’로 꼽힌 데는 대통령직의 포괄적 책임성도 한몫 했을 것이다. 모든 국정에 관한 최종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묻게 된다. 그럴수록 갈등 조정자로서의 대통령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1970년대 개발독재 시대도 아니고 또 대통령직은 기업 최고경영자와는 전혀 다르다. 이 대통령은 어설픈 서민행보로 민심을 얻으려 애쓰기에 앞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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