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ngs
카핑 베토벤
새봄나라에서살던시원한바람
2007. 12. 9. 22:58
mp3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생겨나면서(발명이나 발견이라는 것보다는), 세상에 선을 보인지 약 25년만에 점점 사라져가기 시작한 CD(Compact Disk)의 총 길이는 약 74분.
원래 소니와 필립스에 의해서 CD가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 CD 한 장의 길이는 60분 이었지만 필립스와 소니가 CD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발견된 문제점을 고쳐나가던중 당시 최고의 지휘자(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였던 폰 카랴얀(Herbert von Karajan)에게 이 새로운 음악 미디어의 연주시간을 얼마로 하는것이 좋을까라는 자문을 구했고, 카라얀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도록 74분으로 하는것이 좋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만큼 베토벤 9번 교향곡이 가지는 의미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에게도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초연장면을 재현했다는것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잔뜩 생겼고, 필사가(copier)라는 새로운 역할자의 존재라는것도 사뭇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렸다.
사실 안나 홀츠라는 필사가가 있었던것은 아니고 당시 빈에서 합창 교향곡이 처음 연주되고 나서 객석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가 있었으나 이미 청력을 거의 다 잃어버린 베토벤이 그것을 듣지 못하고 있자 한 여성 성악가가 베토벤에게 다가가 그를 뒤돌아서 객석을 볼 수 있게 한 에피소드에 살을 붙혔다고 한다.

숨은 지휘자 안나홀츠

교향곡 9번의 초연

마에스트로와 그의 필사가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천재성을 그린 영화는 음악 못지 않게 그 대사 구절 구절이 아름답고,
또한 베토벤역을 맡은 에드헤리스는 마치 진짜 베토벤인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또한 여성이 작곡을 하는것을 용납치 않은것은 물론이고,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것까지도 무시했던 베토벤이 23세의 젊은 필사가와 예술적 교감을 느끼고 다른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단지 음악이라는 매체로 둘이 교감을 쌓아가고무한한 신뢰를 갖게 되는 모습을 담은 것은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미덕중의 하나인것 같다.
베토벤이 9번 교향곡 초연 지휘를 앞두고 그의 필사가인 안나홀츠에게 하는 말:
모두들 내가 침묵 속에 사는줄 알아,
그렇지않아.
내 머릿속엔 소리로 가득차있어 절대 멈추지 않아.
나의 유일한 위안은그걸 쓰는 거야.
신이 내마음을 음악으로 감염시켰어.
그리곤 어떻게 했지?
귀머거리로 만들었어..
내게서 모든 사람이 갖고있는 즐거움을 앗아갔어, 내 곡을을 듣는 즐거움을.
그게 신의 사랑인가?
그렇지않아.
내 머릿속엔 소리로 가득차있어 절대 멈추지 않아.
나의 유일한 위안은그걸 쓰는 거야.
신이 내마음을 음악으로 감염시켰어.
그리곤 어떻게 했지?
귀머거리로 만들었어..
내게서 모든 사람이 갖고있는 즐거움을 앗아갔어, 내 곡을을 듣는 즐거움을.
그게 신의 사랑인가?
9번 교향곡의 초연을 성황리에 끝마친 후 둘이 함께 지휘했던 악보에 베토벤이 안나홀츠에게 써준 메세지 :
친애하는 안나,
그대는 내 영혼의 천사이며, 시간의 파도를 넘어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오
얼마나 멋진 말인가..시간의 파도를 넘어 내가 신뢰할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니..
그리고 베토벤이 숨을 거두기전 마지막으로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악상을 설명하고 그것을 악보로 옮기는 현악4중주 9번에 대한 묘사까지...
<세익스피어 인 러브>나 베토벤을 다룬 또 다른 영화 <불멸의 연인> 또는 <아마데우스>처럼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다룬 영화들은 그들이 남긴 불멸의 작품들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와 함께그들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을 남긴다.